서울 강남구 역삼동 일대의 한 노래방이 최근 조용한 화제가 되고 있다. 외관만 보면 여느 상가와 다를 바 없지만, 이곳은 평일 새벽 3시가 넘어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. 퇴근한 직장인, 하루 장사를 마친 자영업자, 시험과 취업 준비에 지친 청년들이 하나둘 모여드는 공간이기 때문이다.
이 노래방의 가장 큰 특징은 ‘노래를 잘 부르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’다. 점수 경쟁이나 최신곡 압박 대신, 오래된 강남 퍼펙트 가격라드와 2000년대 가요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. 한 이용객은 “여기서는 잘 불러야 한다는 부담이 없어서 그냥 소리 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린다”고 말했다.
또 다른 인기 요인은 합리적인 가격이다. 강남 일대 평균 요금보다 저렴한 데다, 새벽 시간대에는 추가 할인도 제공한다. 사장 김모 씨는 “코로나 이후 손님들이 단순한 유흥보다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원한다는 걸 느꼈다”며 “그래서 최대한 부담 없는 공간을 만들려고 했다”고 설명했다.
전문가들은 이러한 노래방의 인기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도시 생활 속 ‘비공식 쉼터’에 대한 수요를 보여준다고 분석한다.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, 특별한 소비 없이 감정을 풀 수 있는 장소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.
강남의 이 작은 노래방은 오늘도 조용히 문을 연다. 화려하진 않지만, 누군가에겐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마지막 공간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.